2021년 11월에 시작해, 무려 2년 넘게 ‘늴리리만보 걷기 리츄얼’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뉴스레터 구독자 2만 명이 될 때까지 매일 2만 보를 걷겠다’는 가벼운 농담에서부터 시작되었지만, 그래도 이 시간들이 저를 더 건강하고, 더 활기차게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뉴스레터 구독자가 2만 명을 넘으면서 걷기 리츄얼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데요.

(참고 - 뉴스레터 구독자 2만 명을 돌파하며, 2024년을 굉장히 산뜻하게 출발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은 매일매일 리츄얼을 완수하는 것에 좀 더 방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더 꾸준히 걸을 수 있을까?’에 대해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

“걷기가 참 좋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지만, 그 좋은 걸 몸으로 직접 느끼고, 습관으로까지 만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어떤 일이든 즐거움과 성취감이 동반되어야 제대로 된 습관을 만들 수 있는데요. 그래서 걷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리츄얼을 만드는 것이 저의 다음 목표랍니다.

<aside> 📖 <걷기의 즐거움을 모르면, 삶은 점점 더 피곤해지고, 무거워지기 마련입니다! ㄷㄷ>

  1. (왠지 모르게) 일찍 일어난 날이었습니다. 퇴사와 이직 사이였는지, 이별과 만남 사이였는지는 (기억이) 확실치 않아요. 다만,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면서) 매일 별생각 없이 반복하던 루틴에, 작은 균열이 생긴 날이었습니다.
  2. (그렇게)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오전 7시 30분경에 집을 나섰습니다. 오래 입어서 늘어진 트레이닝 셋업을 위아래로 입고, 운동화를 신었어요. 조깅을 하려던 건 아니었고, 요가 수련을 하러 가는 길도 아니었지요.
  3. 그냥 집 밖으로 나갔을 뿐이었어요. (근데) 우연히 좋은 아침,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쨍하니 차갑고 산뜻한 공기가 폐까지 정화해주는 것 같은 11월 늦가을의 아침이었어요.
  4. 집 앞 골목 어귀를 돌아 나가면 작은 초등학교가 있는데, 이르게 등교하는 학생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옹기종기 걷고 있었어요. ‘저 아이들은 뭐가 저렇게 즐거운 걸까?’를 생각하면서 조금 더 걷기로 했습니다.
  5. (그렇게 풍경 구경을 하며 동네 한 바퀴를 도니) 몸이 따뜻해지면서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몸이 가벼워지자, (무거웠던) 마음도 비워지는 것 같았어요.
  6. 어제 머리를 짓누르던 몇 가지 장면들은 갑자기 풍선이 된 것 같았습니다. 둥둥둥 떠오르더니, (제 머릿속에서 나와) 저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7. 그날 아침 이후, 의도적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산책을 거른 날은, 저녁 산책을 나섰지요. 그럴 때마다 다른 풍경과 다른 사람들과 다른 강아지를 만났습니다.
  8. 돌아오면, 몸은 노곤하고, 정신은 맑아졌지요. 막혀 있던 원고의 실마리를 찾거나, 마음속에 쌓여 있던 관계의 응어리 같은 것들도 천천히 녹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사이 무거워진 것들은 그때 그 풍선처럼 날려 보냈어요.
  9. (이처럼) 산책은, 정말이지 단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궁극의 여가’입니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고, 마음에 창을 내듯 시원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딱 30분 남짓. 정말 놀랍지 않은가요?
  10. 친구도, 술도 해주지 못하던 것들을 산책이 해준 겁니다.
  11. (사실 한 개인에게는) 인생도, 시간도, 너무 어렵습니다. 그럴 때 저는 (산책을 하는 등) 매우 사소하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시간부터 가꿔보고 싶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일 아침 산책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12. (그렇게 저처럼, 산책을 하다 보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보고 싶을 겁니다), 시간과 몸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해보자고. (제가 경험했던) 그날의 산책처럼, (무거웠던 마음이 사라졌던) 그 산뜻했던 아침 공기처럼 말이죠.

걷기 리츄얼에 **‘늴리리만보’**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도 실은 걷기의 즐거움을 드러내기 위함이었고요.

그래서 2만 보 챌린지를 완수한 만큼, 앞으로는 더 즐겁게 걷는 리츄얼을 만드는 데 좀 더 집중할 생각인데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천지개벽이 일어나듯, 한 번에 엄청난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겁니다. ‘걷기’라는 게 작은 걸음걸음을 조금씩 쌓아가야 하는 행위인 것처럼, 개선과 변화 또한 한 걸음 내딛듯 조금씩 이뤄져야 한다고 믿으니까요.

그래서 기존 방식처럼 1) 매일매일 걸음수를 인증하고, 2) 이를 토대로 리워드가 제공되는 방식으로 걷기 리츄얼이 진행될 예정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