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췌+요약+리라이팅'을 중심으로 한 글쓰기 리츄얼을 운영하면서, ‘발췌+요약’과 ‘독서 모임’을 결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보통의 독서 모임은, 독후감이나 발제자를 중심으로 운영되기 마련인데, 1) ‘발췌+요약’을 통해 참여하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언어로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2) 이를 토대로 토론을 진행하면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같은 내용을 읽더라도, 서로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포인트들은 다를 것이라서 이를 요약의 형태로 공유하는 경험을 하면 관점이 넓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그러면 ‘단순 감상평 공유를 넘어선 더 깊이 있는 대화도 가능해지지 않을까?’라는 싶어요.

특히 두껍고 어려워서 읽기를 주저하거나 포기했던 책들을, 함께 요약하면서 읽다 보면 훨씬 쉽고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는데요.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글 쓰는 역량도 길러질 것이고요.

그래서 1) 한 분야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좋은 책을 선정해서, 2) 함께 발췌+요약하며 읽고, 3) 토론도 나누는 모임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딱 떠오른 책이 한 권 있었는데요.

그 책은 바로,

https://www.yes24.com/Product/Goods/300688

https://www.yes24.com/Product/Goods/300688

**로버트 맥키의 <Story>**입니다.

한국에서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어 시나리오 작가들만 읽어야 하는 책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저 개인적으로 콘텐츠 제작이나 자기 서사를 구축하는 것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aside> 📖 <초보는 '꿀팁'을 찾고, 프로는 '원칙'을 찾습니다 ㄷㄷ>

  1. 규칙은 **“반드시 이런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원칙은 **“이런 방법이 효과가 있으며, 기억이 미치는 한 항상 그래왔다”**고 말한다.
  2. 이 둘 사이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경험이 많지 않고 초조해하는 창작자들은 (’이렇게만 하면 조회수가 나온다’라거나 ‘이렇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규칙에 복종한다. (그리고) 반항적이고 학교라는 틀을 거치지 않은 (아마추어) 창작자들은 (그저) 규칙을 쳐부수기만 한다.
  3. (하지만 탁월한) 예술가들은 형식과 원칙을 장악한다.
  4. (콘텐츠 업계에 있어 보면 알지만) ‘상업적인 성공을 보장하는 모범 사례,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어주는) 이야기 모델이 있다’는 통념은 (정말이지) 어처구니없는 말이다.
  5.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들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정해진 교본이 아니라, 엄청나게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구성된다는 것이다.
  6. (그런데도 히트작을 보고 따라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고, 이를 설파하는 사람들도 지겨울 정도로 많다)
  7. 헐리우드에서 먹다 남긴 찌꺼기를 데워먹는 요리법을 파는 사람들 말이다.
  8. (하지만)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우리 예술에 숨겨진 교의와 잠재된 재능을 해방시켜주고 이끌어줄 수 있는 원칙의 재발견이다.
  9. ‘원형적인 이야기(=원칙에 기반한 이야기)’는 현실의 구체성으로부터 보편적인 인간 경험을 들어 올린 후 그 내부를 개성적이고 독특한 문화적 특성을 담고 있는 표현으로 감싼다.
  10. 반면, ‘전형적인 이야기(=규칙에 기반한 이야기)’는 이와 반대되는 경향을 가지고 있어, 내용과 형식에 있어 모두 빈곤에 허덕인다. 전형적인 이야기는 (무언가를 따라 하기 때문에) 그 내용이 협소하고, 낡고 몰개성적인 일반성으로 포장한다.
  11. 전형적인 이야기가 집 안에 머무른다면, 원형적인 이야기는 여행한다. 찰리 채플린에서 잉그마르 베르히만에 이르기까지, 영화 역사상 이야기 구성의 대가들은 항상 어김없이 ‘양면성을 가진 만남’을 안겨준다.
  12. (그 양면성에 대해 하나씩 설명하면) 첫째, 우리가 모르는 세계의 발견이 바로 그것이다. 이야기의 내용이, 내밀한 것이든 서사적인 것이든, 당대적인 것이든 역사적인 것이든, 구체적인 것이든 환상적인 것이든, 관계없이 뛰어난 예술가들이 보여주는 세계는 항상 예외 없이 어딘가 이국적이고 낯선 면모를 가지고 있다.
  13. 마치 탐험가가 숲속을 헤치고 나아가는 것처럼, 우리는 눈을 크게 뜬 채 아직 아무도 손대지 못한 세계, 모든 상투성이 배제되고 모든 평범한 것들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14. 둘째, 그렇게 이 낯선 세계 안에 들어가고 나면, 우리는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등장인물과 그들이 겪고 있는 갈등의 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인간성을 발견한다.
  15. (다시 말해) 우리가 영화(=콘텐츠)를 보러 가는 것은 새롭고 매혹적인 세계 속으로 들어가 처음에는 너무나도 나와 달라 보이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는 결국 우리와 똑같은 또 다른 인간이 되어 살아보기 위한 것이다.
  16. 또한, 우리가 매일 부닥치는 생활의 현실을 조명해 주는 가공의 현실을 살아보기 위한 것이다.
  17. (다시 말해, 독자로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인생으로부터의 탈출이 아니라, (콘텐츠를 통해 나의) 인생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고, 신선하고 실험적인 방법으로 우리의 정신을 사용하여 감성을 유연하게 만들고, 즐기고, 배우며, 매일매일 일상의 깊이를 더해 가는 것이다.
  18. 이 두 가지의 즐거움을 세상에 던져주는 일. (이게 창작자의 일이다. 어디서 본 꿀팁을 따라 해서 조회수를 많이 얻는 게 아니라)